많관사부
자신의 창조물을 세상에 내놓으며 “부족하지만…”이라 운을 떼는 찰나의 망설임은 미덕이라기보다 자아를 향한 우아한 직무유기다. 웹 애플리케이션 「많관사부」는 이 지독한 겸연쩍음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된 일종의 디지털 부적이다.
‘많관사부’에서 파생된 글자의 파편이 무작위의 색채를 입고 부유하는 무질서한 향연은 창작자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갈망을 시각적 소음으로 치환해 소심한 자아 대신 무언의 비명을 지른다. 비록 모두 각자의 확성기를 치켜든 풍경이 정작 서로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색깔만 번쩍이는 무관심을 초래할지라도, 어설픈 겸손으로 잊히느니 차라리 원색의 파편으로서 타인의 망막에 흉터처럼 남는 게 창작자에게는 가장 현대적이고도 고결한 생존의 미학이리라.
‘많관사부’가 성균관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라 즐겁게 오해하며 당당히 외쳐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