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서, 예순한 번째 친구들을 기다려

구난후, 구난후장학재단 설립해

새로운 질서, 디스코드 서버 개설해

Are.na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모든 것’을 상징하는 와일드카드 문자인 *(애스터리스크). 이 문자 두 개가 서로의 손을 맞잡은 듯한, 또는 두 개의 고리가 팽팽히 얽혀 있는 듯한 Are.na의 로고는 이 플랫폼이 지향하는 바를 별다른 설명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공동의 엮임이자 파편화된 정보가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맥락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Are.na는 오늘날 우리를 중독시키는 알고리즘과 광고, 끝없는 ‘좋아요’의 소음에서 멀찍이 떨어진 고요하고 평온한 섬이다. 누군가 이곳을 그저 하얗고 깔끔한 소셜 미디어로 오해한다면, 접속하는 순간 당혹감을 느낄 것이다. 이곳은 무언가를 완성해서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생각하기 위해, 그리고 그 생각의 과정을 견디기 위해 존재한다. 즉, Are.na는 ‘공동 사고 도구’(Collaborative thinking tool)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찰스 브로스키(Charles Broskoski)

도서관의 질서를 인터넷으로

Are.na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 창립자인 찰스 브로스키(Charles Broskoski)와 대니얼 피아네티(Daniel Pianetti) 등은 당시 소셜 미디어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심한 갈증을 느꼈다. 그들은 정보를 소비하고 휘발시키는 대신, 도서관의 서가처럼 정보를 구축하고 그 사이의 관계를 보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꿈꿨다. 버니바 부시(Vannevar Bush)의 메멕스(Memex)나 도구로서의 정보 접근을 강조한 『홀 어스 카탈로그』(Whole Earth Catalog)의 정신을 디지털 세계에 복원하려 한 셈이다.

초창기 Are.na는 예술가와 건축가 사이의 지극히 사적인 리서치 도구였다. 창립자들은 1960년대의 지식 공유 개념이나 하이퍼텍스트의 초기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는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자극적인 보상 체계 대신 ‘연결’이라는 담백한 방식을 선택하게 된 뿌리가 됐다.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대 플랫폼이 명멸하고 알고리즘이 인터넷을 지배하는 와중에도 Are.na는 변치 않는 단순함을 유지하며 하나의 독보적인 ‘지적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알고리즘이 없는 유기적 정원

오늘날 플랫폼 대부분은 AI 알고리즘이 우리를 가두는 ‘필터 버블’을 만든다. 하지만 Are.na에는 ‘좋아요’, ‘공유하기’, ‘알고리즘 추천’이 없다. 사용자가 직접 블록을 옮기는 ‘연결’(Connect)만 존재한다. 기계가 떠먹여 주는(Feed) 정보 대신, 타인의 안목과 사유의 궤적을 ‘인간’의 의지로 직접 따라가는 ‘큐레이션의 즐거움’을 회복시켜주는 것. 다니엘 피아네티는 이를 ‘오래전 사라진 인터넷의 즐거운 무작위성’(joyful randomness)이라 표현했다.

Are.na의 작동 원리는 우아할 만큼 단순하다. 사용자는 ‘채널’(Channel)을 만들고 그 안에 이미지, 글귀, PDF, 또는 웹사이트 링크 같은 ‘블록’을 수집한다. 진정한 마법은 로고처럼 자신의 채널과 타인의 채널이 조금씩 겹쳐질 때 일어난다. 자신이 수집한 블록을 누군가 자신의 채널로 연결하는 순간 새로운 맥락의 층위가 쌓인다.

소유보다 ‘맥락’을

Are.na에서 사용자가 게시한 정보는 결코 고립되지 않는다. 누군가 게시한 ‘푸른색 의자’ 사진이 누군가에게는 ’가구 디자인’ 채널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울한 색’ 채널에 담길 수 있다. 정보가 고정된 의미나 맥락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유동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 이것이 Are.na가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다.

AI와 알고리즘의 광풍 속에서, ‘저자성(Authorship)’은 새롭고 강력한 가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 하나의 정보가 다른 맥락으로 옮겨질 때 비로소 지식은 살아 움직입니다. —다니엘 피아네티 & 찰스 브로스키

이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Are.na는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대신 ‘프리미엄 멤버십’ 모델을 택했다. 그 덕에 우리는 시각적인 공해나 나를 감시하는 트래커로부터 자유로운, 극도로 깨끗한 인터페이스를 누릴 수 있다. ‘웹은 기술을 과시하는 캔버스가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웹 초창기의 철학이 이곳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창작자들의 비밀 기지

실제로 Are.na는 나를 포함해 전 세계의 디자이너, 건축가, 연구자, 예술가 들이 영감을 수집하는 비밀 서재로 애용된다. 특정 주제에 관한 귀중한 자료를 찾고 싶다면, 구글보다 Are.na에서 검색하는 게 훨씬 농밀하고 수준 높은 결과를 보여줄 때가 적지 않다. 목적 지향적인 ‘검색’보다 알고리즘 없이 스스로 토끼굴로 빠져드는 탐험에 최적화된 공간인 까닭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다시 ‘길을 잃는 즐거움’을 찾기를 바랍니다. 다만 알고리즘이 강요하는 미로가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이 이끄는 숲속에서 말이죠. —찰스 브로스키

디지털 댄디즘 또는 스노비즘

물론 이 고요하고 지적인 생태계에도 함정은 있다. 인스타그램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도망친 이곳 또한 어쩌면 고상한 취향을 전시하기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쇼윈도일지 모르는 까닭이다. 누군가에게 Are.na는 자신의 미적 감각이 얼마나 남다른지, 자신이 수집하는 이미지가 얼마나 희귀한지를 은밀하게 과시하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대중적 소음을 경멸한다는 태도 자체가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구별짓기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다르다는 안도감, 그 세련된 우월감에 취해 본질적인 ‘연결’을 끊어내는 것은 아닌지, 나부터 끊임없이 되묻는다.


손을 잡는다는 것

다시 Are.na의 로고를 바라본다. 로고가 형상화하듯 이곳은 지식과 영감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거대한 사유의 그물망을 형성하는 곳이다. 자극적인 소음과 데이터 채굴에 지쳤다면, 고요한 연결의 망 속으로 들어가보라. 무심코 던진 블록 하나가 누군가의 손에 잡혀 예상치 못한 근사한 문장으로 탈바꿈할지 모른다.

아름다운 이야기

어김없이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질서의 친구를 모집합니다.

즐겨찾기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요?
언제나 환영입니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