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서사화하라
지난 1월 5일 월요일 오전 10시, AG 1층에서는 창간 50주년을 맞은 월간 『디자인』 편집장 최명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월요일 오전 10시는 대개 영감보다 커피 한 잔이 더 짜릿한 시간이지만, 이날의 공기는 조금 달랐다. 그는 겸양을 섞어 자신이 “여러 트렌드 파트너와 협업하고 국내외 디자인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얻은 작은 인사이트를 한껏 부풀려 소개”한다 했지만, 정작 그 시공간에서 가장 선명하게 남은 말은 따로 있었다.
오늘날에는 결과물뿐 아니라 아주 작은 과정까지, 모든 것을 서사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야흐로 완성된 애플 파이뿐 아니라 사과를 깎다가 손을 베이고 밀가루를 엎지르는 과정까지 콘텐츠가 되는 시대다. 그의 말은 IT 업계와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화두가 된 ‘빌딩 인 퍼블릭’(Building in Public)이나 ‘프로세스 이코노미’와 맥락은 비슷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말은 마케팅이나 비즈니스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안도감을 풍긴다. 완결되지 않음 자체를 긍정하는 태도, 나아가 과정을 공개하면 결과가 조금 엉성해도 ‘성장 서사’라는 제법 든든한 핑계가 생기는 까닭이다.
그의 말을 본받아, 그리고 “웹사이트는 영원한 베타 버전이다.”라는 오랜 명제처럼, 10주년을 맞은 새로운 질서의 새로운 웹사이트를 가림막 없이 공개적으로 공사하려 한다. 방문자들은 매끈한 인터페이스 대신, 코드 뭉치가 튀어나오고 레이아웃이 덜컹거리는 현장과 마주하게 되리라. 물론 이는 완성된 매끈함 대신, 짓고 부수는 덜컹거림 자체를 서사화하려는 의도된 연출이자 전략이다. (또는 그렇게 우겨볼 생각이다.)

한편, 책의 지면을 닮은 포스터는 아름다운 글의 첫머리처럼 2026년 첫 번째 월요일을 상징한다. 안그라픽스에서 출간될 그의 책을 기대하는 욕망의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쓰고 싶은, 쓸 수 있는 책에 관한 그의 답변은…
소설을 쓰고 싶어요. 디자인에 관한 소설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