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리에 관한 전설
1982년, 카네기 멜런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CMU)의 교수 스콧 팔만(Scott E. Fahlman)은 텍스트 기반 온라인 게시판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호를 제안했다. 다음은 2002년, 디지털 고고학 발굴 작업을 통해 복구된 그의 회고다.
네, 맞습니다. 제가 바로 이메일이나 채팅, 뉴스 그룹에서 흔히 쓰이는 옆으로 누운 ‘스마일리’ (이따금 ‘웃는 얼굴’이나 ‘이모티콘’으로도 불리는) :-)의 창시자입니다. 적어도 그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이죠.
1980년대 초, 카네기 멜런 대학교의 컴퓨터 공학 커뮤니티는 온라인 게시판, 일명 ‘bboard’를 활발히 사용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뉴스 그룹의 전신으로, 교수, 직원, 학생이 동등하게 그날의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학과의 중요한 소셜 미디어였죠. 많은 게시물은 진지했습니다. 강연 공지, 정보 요청, “5층 남자 화장실에서 반지를 주웠습니다. 주인 계신가요?” 같은 것들이었죠. 정치, 낙태, 교내 주차 문제부터 키보드 레이아웃까지(뒤로 갈수록 열기가 더해지는 순서입니다.) 일반적인 관심사를 다루는 글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도 기나긴 ‘키보드 배틀’은 흔했습니다.

커뮤니티 성격상 유머러스한(또는 그러려고 시도한) 글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누군가 비꼬는 농담을 던지면, 몇몇 독자가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장문의 비난으로 응수한다는 점이었죠. 이는 더 많은 사람의 참전을 불렀고, 곧 원래 논의하려던 주제는 묻혀버렸습니다. 적어도 한 번은, 농담으로 던진 말이 심각한 안전 경고로 오해받은 적도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몇몇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게시물에는 명시적인 표시를 하는 게 좋겠다고 (반쯤 진담으로) 제안했습니다. 텍스트 기반 온라인 소통에서는 신체 언어와 목소리 톤이 사라지니까요. 농담을 표시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제안됐고, 저는 문자열 :-)가 우아한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당시 ASCII 기반 컴퓨터 단말기로도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제안했습니다. 같은 글에서 저는 진지한 글에는 :-(를 쓰자고도 제안했습니다. 비록 그 기호는 금세 불쾌함, 좌절, 분노를 나타내는 표시로 변했지만요.
이는 빠르게 퍼졌고, 곧 당시의 원시적인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학교와 연구소로 전파됐습니다. (다른 곳으로 떠난 졸업생 몇몇이 우리 게시판에 계속 접속했거든요.)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입 벌린 표정, 안경 쓴 사람, 링컨, 산타클로스, 교황 등 수십 가지 형태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모음집을 만드는 게 취미인 사람들도 생겼죠. 하지만 실제 흔히 쓰이는 건 제가 만든 원조 스마일리 두 개와 윙크하는 ;-), 그리고 코가 없는 변형뿐인 듯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AOL이 이 문자열을 가로채 작은 그림으로 바꿔버린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원본의 기발한 맛을 해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저는 원본 게시물 백업해두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 현상이 오래 지속되고 인터넷의 성장과 함께 전 세계로 퍼질 거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게시물을 되찾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습니다. 원본은 수년 동안 유실된 상태였죠.
옛 백업 테이프에서 원본을 찾으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2001에서 2002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크 존스가 후원해 고대 백업 테이프에 대한 본격적인 ‘고고학 발굴’이 이뤄졌습니다. 제프 베어드와 학교 전산실 직원들이 하워드 웩틀러, 밥 코스그로브, 데이비드 리빙스턴의 지원을 받아 거의 영웅에 가까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들은 적절한 테이프를 찾고, 고대 미디어를 읽을 수 있는 작동 가능한 테이프 드라이브를 수배하고, 옛 포맷을 해독하고, 실제 게시물을 찾기 위해 끝없이 검색했습니다. 이 성공적인 탐구, 일명 ‘디지털 실러캔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발단이 된 게시물이 여기 있습니다. 스마일리의 탄생일도 정확히 특정됐습니다. 1982년 9월 19일입니다. 원본 게시물 20주년에 딱 맞춰 메시지를 되찾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19-Sep-82 11:44 Scott E Fahlman :-)
From: Scott E Fahlman <Fahlman at Cmu-20c>
농담을 던지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다음 문자열을 제안합니다:
:-)
옆으로 읽으세요.
사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농담이 아닌 걸 표시하는 게
더 경제적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럴 땐 이걸 쓰세요:
:-(
보시다시피 제가 던진 제안은 꽤 짧고 가벼웠습니다. 그저 여러 사람이 참여하던 논의의 일부였죠. 편집 과정에서 한두 단어가 빠진 걸 보니, 게시 전에 다시 읽어보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저는 농담 표시의 필요성을 더 자세히 설명하고 분노나 불행을 나타내는 :-(와 함께 :-) 기호를 제안하는 더 긴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긴 게시물은 나중에 쓴 게 분명합니다. 아마 나중에 쓴 게시물이나 누군가에게 보낸 이메일이었겠죠. 어쨌든 그 자세한 글은 이번에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훌륭한 작가라면 농담에 딱지를 붙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며 스마일리 아이디어 자체를 비난했습니다. 셰익스피어, 조나단 스위프트, 마크 트웨인은 이런 것 없이도 잘 해냈으니까요. 진지하지 않은 말에 라벨을 붙이면 농담을 망친다는 겁니다. 풍자 글에서 재미의 절반은 작가가 진담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데서 오니까요.
저도 사람들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합니다. 어쩌면 이메일 스마일리는 우리의 문어 소통을 개선하기보다 퇴보시켰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변호하며 두 가지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 게시판에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이 셰익스피어나 트웨인 같은 문학적 기교를 가진 건 아닙니다. 그 대가들도 컨디션이 엉망인 날은 있었겠죠. 셰익스피어가 글로브 극장 근처 직원 주차 공간 부족을 불평하는 쪽지를 급하게 휘갈겼다면, 아마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엉성한 글을 썼을 겁니다. 게다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클리셰로 가득하고 철자법도 엉망이었는걸요. :-)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그 작가들은 다른 속성을 가진 다른 매체에 글을 썼다는 겁니다. 소설이나 에세이 10만 부가 인쇄물로 배포됐을 때, 독자의 1퍼센트가 농담을 이해하지 못해 분노한다 한들, 눈치 없는 독자들이 나머지 99퍼센트의 즐거움을 망칠 방법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1,000명의 눈치 없는 독자가 각각 장문의 반박문을 써서 원작과 같은 배포 채널(게시판)에 쏟아내고, 다른 이들이 그 싸움에 뛰어들 수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뻔합니다. 스마일리를 적절히 사용해 그런 불바다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면, 결국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닐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인터넷상의 가벼운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지,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일방향 매체에 인쇄된 위대한 작품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ASCII 문자로 만든 옆으로 누운 스마일리를 다른 누군가가 발명했다는 주장을 여러 번 봤습니다. 저는 이 특정 글리프와 ‘고개를 옆으로 꺾는’ 원칙을 독자적으로 발명했다고 믿습니다. 제 1982년 이전에 이와 비슷한 걸 본 기억은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찾은 몇몇 게시물이 근접하긴 했습니다. 레오나드 하미가 유머 표시로 (#)을 제안한 건 ‘고개를 옆으로 꺾는’ 예시로 볼 수도 있겠네요. (그게 의도였는지는 불분명하지만요.) 우리 연구 그룹 가운데 하나가 미소를 나타내기 위해 \__/를 사용한 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 :) 관습이 옛날 텔레타이프 운영자들 사이에서 쓰였다고 말합니다. 그럴 수도 있죠. 다른 이들은 1982년보다 훨씬 이전에 사적인 편지(또는 천공 카드)에 자기 아버지나 삼촌, 또는 본인이 이 기호나 비슷한 걸 썼다고 알려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확실한 증거는 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말을 의심할 이유는 없습니다. 결국 단순하고 명백한 아이디어니까요. 여러 사람이 독립적으로 발명했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니 스마일리 아이디어는 제 1982년 게시물 이전에도 몇 번 나타났다 사라졌을지 모릅니다. 아마 제가 이 세 글자를 연달아 타이핑한(심지어 “농담이야.”라는 의미로, 온라인에서조차) 최초의 인류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는 1982년에 제가 던진 제안이 마침내 뿌리를 내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 수천 가지 변형을 낳은 시발점이었다고 믿습니다. 제 동료들과 저는 그 원본 게시물로부터 아이디어가 전 세계 컴퓨터 네트워크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요.
『롤리타』를 쓴 러시아의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인터뷰 인용문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 인용문을 알려준 엘리 브란트에게 감사드립니다.)
질문: 자신이 평가하기에 당신은 (현존하는, 그리고 직전 과거의) 작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가요?
나보코프: 저는 이따금 미소를 위한 특별한 타이포그래피, 즉 오목한 표시나 반듯하게 누운 괄호 같은 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지금 그려 넣고 싶은 바로 그것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