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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디스코드 서버 개설해

어쩌면 타이포잔치

안녕하세요. 민구홍입니다.

어떤 일이 느닷없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2024년, 예측할 수 없었던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타이포잔치 중단 소식은 하나의 행사가 사라졌다는 사실 이상의 질문을 남겼습니다. 이는 질문이 사라진 자리를 향한 질문이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를 둘러싼 실험이 펼쳐지고, 담론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하던 광장이 외부의 요인으로 느닷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시에 서늘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환기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응답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대안을 만드는 것, 즉 더 작고, 더 빠르고, 더 적은 예산으로 행사를 기획해 끊어지려는 명맥을 어떻게든 이어붙이려 노력하는 거죠. 숭고한 시도지만, 몇 달 전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의 요청으로 타이포잔치 온라인 아카이브를 만드는 동안, 나아가 hyperlink.today를 만드는 동안 저는 조금 다른 경로를 상상했습니다. 사라진 것을 섣불리 채우려 하기보다 그 빈자리 자체를 무대로 삼는 건 어떨까? 즉, ‘없음’을 아쉬워하는 대신 오히려 ‘없음’ 덕에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https://hyperlink.today
http://typojanchi.kr

‘어쩌면 타이포잔치’(Typojanchi, Maybe)는 월드 와이드 웹처럼 가벼운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포스트타이포잔치’ 또는 ‘타이포잔치의 대안’이 아닙니다. 정부의 지원금에 기대지 않고 0원에 가까운 최소한의 자원으로 그저 ‘우리’가 시작하는 행사이자 거대 담론 대신 참여자의 목소리를, 완성된 결과물 대신 참여의 흔적을 쌓아 올리는 실험입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비판이나 정치적 선언이 아닙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려는 작은 창작적 실천에 가깝습니다. 이제껏 타이포잔치를 위해 애써온 모든 분들이 닦아놓은 소중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또 다른 방식의 연대이기도 합니다.

웹사이트: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기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동명의 웹사이트로 조금 더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웹사이트는 그저 정보를 전달하는 게시판이나 작품을 진열하는 갤러리는 아닙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의 웹사이트는 소수의 엄선된 작가 대신, 타이포그래피를 사랑하는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더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깔끔한 큐레이션 대신 엉망진창 자체를 응원합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규칙 없이 뒤섞이고 충돌하는 모습이야말로 통제되지 않은 시대의 풍경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고 믿는 까닭입니다. 그렇게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어떤 형태의 기여물이든 묵묵히 담아내는 투명한 기회이자 실천이 됩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의 웹사이트는 리좀(Rhizome)처럼 참여자의 기여에 즉각적으로 반응합니다. 전송된 목소리는 지체 없이 웹사이트의 일부로서 그 풍경을 실시간으로 바꿉니다. 이는 ‘어쩌면 타이포잔치’가 박제된 결과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가 응원하기로 한 엉망진창은 이 즉각적인 반응성을 통해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드러날 테고요. 효율과 속도의 세계에서 통제되지 않는 생성의 속도를 그대로 중계하는 것. 제가 상상해본 ‘어쩌면 타이포잔치’의 태도입니다.

자신만의, 모두의 공간: 또 다른 공간을 상상하기

나아가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웹 브라우저 안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개인 또는 단체는 자신의 공간(교실, 동아리실, 서점, 스튜디오 사무실, 거실, 응접실, 서재, 내 방 등)에 스마트폰, 랩톱, 데스크톱이든 남는 컴퓨터 한 대를 두고 행사 기간에 (예컨대 11월 한 달) 저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 웹사이트를 중계함으로써 행사의 ‘노드’(node), 나아가 행사 자체가 될 수 있습니다. 중앙의 통제 없이 도시 곳곳에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노드들은 타이포그래피가 미술관이나 특정 공간이 아닌 우리의 생활 속에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물리적 거점이 됩니다.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그렇게 분산되고, 확장되며, 기존의 공간적 제약을 벗어납니다. 웹을 통해 모든 곳이 ‘어쩌면 타이포잔치’ 행사장이 되는 모습은 제법 짜릿하지 않나요?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성공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어쩌면 타이포잔치’뿐인 텅 빈 웹사이트만 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패할 수 있는 자유야말로 모든 새로운 시도의 전제조건이라 믿습니다. 그렇게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완성이 아닌 상태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타이포잔치’는 오늘날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질문인 동시에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될지 모릅니다.

영원할 것 같던 여름을 밀어내는 가을 바람이 부는 요즘, 재미 삼아 ‘어쩌면 타이포잔치’를 함께 상상하고픈 분들은 lab@ag.co.kr 앞으로 편히 말씀해주세요. 아래 문서에 의견을 덧붙여주셔도 좋고요. 느닷없이 ‘어쩌면 타이포잔치’가 시작될지 모르니까요. 또는 이 작은 응원을 통해 타이포잔치가 재개될 수도 있고요. 어쩌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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