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전에
“그게 정말인가요?” 최면 요법을 통해 내가 전생에 일본인, 더 정확히는 아이누(アィ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래 나는 여름이면 아이누의 고향인 일본 홋카이도를 찾곤 했다. 특히 아칸호 근처 ‘마리모 전시 관찰 센터’(マリモ展示観察センター)에 들러 크고 작은 마리모를 바라보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상쾌해지곤 했다. “사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단, 한동안 센터의 휴관일이 자주 바뀌는 탓에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때마다 센터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휴관일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전생에서 비롯했을지 모를 상쾌함을 만끽하는 데 이정도쯤이야. 이처럼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전에도 해야 할 일과 필요한 것이 있다. 이 가운데 몇몇은 웹사이트와 무관하게 그저 현대인으로서 갖출 덕목으로 삼을 만하다. 내가 전생에 아이누였다는 사실을 기꺼이 믿듯 이 또한 일단 믿어보면 어떨까? 어딘가 의심스럽더라도.
웹 브라우저
서버나 클라이언트에 저장된 HTML, CSS, 자바스크립트 파일을 실행해 웹사이트로 번역하는 프로그램이다. 팀 버너스리가 웹과 함께 공개한 최초의 웹 브라우저인 월드와이드웹을 비롯해 사파리, 구글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 토어(Tor) 등이 있다. 특히 알아둘 것은 얄궂게도 웹 브라우저마다 컴퓨터 언어를 해석해 출력하는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따금 우리를 괴롭힐 예정이다. 웹 브라우저는 모든 웹 기술이 일어나는 종착지다. 기술이 아무리 근사하더라도 웹 브라우저가 없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만큼 웹사이트는 강력한 동시에 허약한 매체다. 주요 단축키는 다음과 같다.
| 기능 | 윈도 | 맥 OS |
|---|---|---|
| 새로 고침 | Ctrl + R |
Cmd + R |
| ‘강력’ 새로 고침 | Ctrl + Shift + R |
Cmd + Shift + R |
| 개발자 도구 | Ctrl + Shift + I F12 |
Cmd + Option + I |
텍스트 에디터
HTML, CSS, 자바스크립트 같은 컴퓨터 언어로 코드를 작성하거나 편집하는 프로그램으로, 서브라임 텍스트(Sublime Text), 비주얼 스튜디오 코드(Visual Studio Code, VSC) 등이 있다. 특정 구문을 색으로 강조하거나 오류를 교정하는 것이 주된 기능으로, 여기에 각종 플러그인까지 설치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듯한 환상을 잠시 만끽해볼 수 있다. 굳이 원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나 아래아 한글 같은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해도 무방하지만, 나모 웹 에디터, 드림위버(Dreamweaver) 같은 철 지난 위지위그 기반 에디터가 떠오른다면 존재 자체를 잊는 편이 속 편하다. 초심자에게는 다루기 편한 도구임이 분명하지만, 작업 도중 원하지 않는 코드가 강제로 삽입돼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당분간은, 아니 영원히 툴바에 자리한 세련된 아이콘보다 누군가의 입력을 기다리며 깜빡이는 커서에 익숙해져야 한다. 모든 것은 글자에서 시작해 글자로 끝난다. 참고로, 「새로운 질서」에서는 서브라임 텍스트를 사랑한다. 프로그램명에서 우리가 쓸 텍스트의 ‘숭고함’(sublime)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까닭이다. 주요 단축키는 다음과 같다.
| 기능 | 윈도 | 맥 OS |
|---|---|---|
| 자동 완성 | 코드 + Tab | 코드 + Tab |
| 주석 | Ctrl + / | Cmd + / |
| (간혹 잊곤 하는) 저장 | Ctrl + S | Cmd + S |
정보 검색 능력
“모든 지식은 이미 존재한다. 단지 그것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할 뿐이다.” 우리 시대의 엄중한 격언이다. 검색 능력은 기술을 넘어 하나의 예술이다. 이를 위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급하는 인터넷 정보 관리사 자격증이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검색엔진의 고급 검색 기능을 활용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예컨대 구글에서 검색어를 큰따옴표(“”)로 묶으면, 공백을 포함해 해당 검색어를 포함한 결과물만, 검색어 앞에 빼기표(-)를 붙이면, 해당 검색어를 제외한 결과물만 출력한다. site:minguhong.fyi 체리처럼 site: 뒤에 URL을 붙이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웹사이트만 검색한다.
"체리" site:minguhong.fyi
지식과 실력이 일정 수준에 다다른 뒤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르는 차이는 원하는 정보와 관련한 검색어를 끌어내는 능력, 즉 추상화 능력에 있다. 요컨대 검색어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주변에 전문가가 있다면, 그의 맹목적인 학생이 되려 하기보다 그를 적절한 검색어를 알려주는 ‘검색어 제안기’로 삼는 편이 이롭다.
개발자가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 가운데 약 90퍼센트는 ‘구글링’에 할애한다는 비공식 조사 결과가 암시하듯 앞으로 생각보다 검색엔진을 더 자주 이용해야 한다. 몇 번이고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더라도 책장을 넘기거나 도서관에 들르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더 쉬운 일이다. 기억하자. 검색엔진의 무한한 권능을 믿는 순간, 원하는 정보는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는 점은 엄연한 사실이 된다. 일단 즐겨 사용하는 검색엔진의 고급 검색 기능을 검색하는 것으로 그 권능을 체험해보자. 그리고 이 책의 부족한 부분과 장을 넘길 때마다 드는 호기심은 그렇게 채워진다. 심지어 다른 책을 대할 때도.
영어 실력
매일 웹 기술의 현황을 제공하는 W3 테크(W3Techs)에서는 웹사이트 1,000곳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사용된 언어의 순위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영어가 54.5퍼센트로 1위를, 한국어는 0.9퍼센트로 15위를 차지했다. 우리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우연과 무관하게 웹 기술에 관한 핵심 정보는 대부분 영어로 생산된다. 이는 축복이자 저주다. 영어라는 단일 언어로 전 세계의 지식에 접근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언어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9년 동안 의무 교육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영어 실력을 과신하기 어렵다면, 포털 사이트의 번역기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전문 번역가만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디자인 관련 단행본 번역문의 초안 정도는 맡길 수준은 되니 말이다.
글쓰기 실력
서브라임 텍스트를 설치한 뒤 잠시나마 살펴봤다면 이미 눈치챘을지 모른다. 컴퓨터 언어를 도구 삼아 다루는 일, 즉 코딩은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아니, 코딩은 실제로 글쓰기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이라는 필명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는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에서 작가로서 자신을 추동하는 욕망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1984』를 발표하기 두 해 전인 1946년의 일이다.
- 순전한 이기심.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고, 죽은 뒤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자신을 무시한 사람들에게 보복하려는 욕망.
- 미학적 열정. 외부 세계와 적절하게 배열된 말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나누려는 욕망.
- 역사적 충동. 있는 그대로 본 사물이나 사건에서 발견한 진실을 후대에 전하려는 욕망.
- 정치적 목적.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망.
코딩으로 『동물 농장』이나 『1984』를 구현할 필요는 없겠지만, 에릭이 정리한 네 가지 동기는 글쓰기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생산에 완전히 부합한다. 단, 중요한 것은 욕망에는 바른 문장을 사용하고, 문장과 문장은 구두점과 공백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등의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요컨대 욕망은 제약 없이 실현되지 않는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은 디자이너이자 마케터가 돼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무엇보다 콘텐츠를 쏟아내는 작가가, 그보다는 (순전한 이기심으로) 제약을 인식하고, 만들고, 부수는 편집자가 돼야 한다. 하지만 작가의 생각이 아무리 독창적이라도 올바른 문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즉 제약을 따르지 않으면 독자와 소통할 수 없듯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제약을 따르지 않으면 컴퓨터와 소통할 수 없다. 제약 속에서 틈을 발견하고 그 틈을 계속 벌려나가다 보면 제약은 또 다른 가능성이 된다.
작명 실력
글쓰기 실력과 이어지는 실력이다. 타이포그래퍼 안상수 선생은 언젠가 내게 “글자는 무섭다.”라고 말했다. 이는 무언가를 글자로 규정하는 순간 현실이 된다는 뜻이다. 웹사이트의 제목이든, 홈페이지로 돌아가는 하이퍼링크에 연결할 짧은 문구든, CSS의 클래스명이든, 자바스크립트의 함수명이든, 이름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따라 대상의 본질과 기능이 정의된다. 잘 지은 이름은 그 자체로 코드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름을 짓는 일은 결국 대상의 정체성을 꿰뚫는 고도의 지적 활동이라 할 만하다.
“도둑질은 좋다.”
2021년 11월 9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밥 길(Bob Gill)은 자신의 작품집 겸 디자인 교재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에서 장물, 즉 어딘가에서 슬쩍한 이미지를 이용한 작품을 소개했다. 그에게 작품을 독창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재능 있는 사람은 빌리고, 천재는 훔친다.”라는 말을 자기식으로 실천한 셈이다. 이는 창조에 관한 통찰을 드러낸다. 우리는 모두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 진정한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또 다른 유, 즉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변형하는 데서 나온다.
웹상에서 ‘도둑질’은 웹 브라우저에 탑재된 개발자 도구로 고스란히 실현된다. 개발자 도구를 이용하면 웹사이트에 적용된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작업에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모방이라기보다 도저한 학습과 이해의 과정이다. 평소 호감을 품어온 작업자의 코드를 분석함으로써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는 한편, 작업 방식을 그대로 흉내 내보거나 내밀한 작명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학습 도구로도 삼을 만하다. 서브라임 텍스트 다음으로 반드시 친구로 삼아야 할 프로그램이다. 참고로, 사파리의 경우 개발자 도구는 환경 설정의 ‘고급’ 탭에서 개발자 도구를 활성화한 뒤에 사용할 수 있다.
| 기능 | 윈도우 | 맥 OS |
|---|---|---|
| 개발자 도구 | Ctrl + / | option + command + I |
이성과 상식, 그리고 “오히려 좋아!” 그러니 “안 되면 되는 거 해라!”
컴퓨터뿐 아니라 컴퓨터 언어는 결국 어렵고 복잡하고 반복적인 일을 쉽게 하려고 만들어진 도구다. 그러니 처음에는 복잡해 보여도 이제껏 쌓아온 이성과 상식으로 원리와 규칙을 파고들면 분명 실마리가 보인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슬며시 엄지를 치켜세우며 “오히려 좋아!”를 외쳐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도무지 해결할 수 없어 보이는 문제와 마주하는 것은 지금 자신의 접근법이 최선이 아님을 알려주는 녹색 신호인 까닭이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이 유일한 답이 아님을 인정하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안 되면 되는 거 해라!”는 포기라기보다 유연한 사고의 전환을 뜻한다. 한 가지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면 그만이다. 한편, 이성과 상식만으로 해결이 안 되면, 그냥 느낌을 따라가 보자. 실패는 그 뒤에 인정해도 늦지 않다. 물론 이는 원리와 규칙을 어느 정도 이해한 뒤의 일이다.
권태를 견디는 능력, 또는 응시의 기술
코딩이라는 글쓰기는 번뜩이는 영감의 향연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오타 하나를 찾기 위해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오류 메시지와 대면하는 지루함의 연속이다. 게다가 문제의 원인은 대개 어이없을 만큼 사소한 곳에 숨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인내하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그저 응시하는 기술이다. 즉, 그윽한 커피를 내리고, 공원을 산책하고,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문제로 돌아오는 끈기. 이 지루한 과정 속에서 비로소 문제의 실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화려한 코딩 기술보다 어쩌면 ‘멍하니 버티는 힘’이야말로 희귀할 만큼 중요한 능력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데스크톱이든 랩톱이든 상관없다. 운영 체제 또한 마찬가지다. 단, 앞서 소개한 밥 길의 “도둑질은 좋다.”라는 말은,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을 만큼 감쪽같을 수 없다면, 여기서만큼은 고스란히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앞으로 텍스트 에디터와 웹 브라우저를 쉼 없이 오가야 하는 만큼 (터치 패드나 매직 마우스를 사용하다 자신도 모르게 지문이 사라진 상황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가격 대 성능의 비율이 높은 유무선 마우스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