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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탁구 치는 법: 프랑스 악어의 경우

2014년 무렵 패션 브랜드 라코스테(Lacoste)의 의뢰로 쓴 시. 어쩌다 의뢰를 받았는지는 도무지 생각 나지 않는다.

악어와 탁구 치는 법은 이미 여럿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이 교본에서는 상대가 프랑스 악어일 경우 특히 유념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소개한다. 프랑스 악어는 일반 악어와 달리 특유의 문화적 세련미와 지적 허영심을 지닌 까닭에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에펠탑처럼 우아하고, 세느강처럼 유연하게.

  1.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 프랑스식으로 인사한다. 이때 지나치게 볼을 부비지 않는다. 끝보다 시작이 중요할 때가 있다.
  2. 단정한 복장을 갖춘다. 소속된 팀 로고가 새겨진 공식 유니폼이나 잘 다려진 수트를 추천한다. 상하의 색은 검정이나 하양으로 통일한다.
  3. 탁구채와 탁구공의 크기, 무게, 모양은 세계 규격을 따른다. 프랑스 악어라고 특별히 대우할 필요는 없다. 상대는 무엇보다 공정성을 중요시한다.
  4. 탁구대 주변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다. 상대가 흥분하면 꼬리로 탁구대를 뒤집을 수 있다. 이는 경기 중단뿐 아니라 센강의 수위를 높일 수 있다.
  5. 경기를 시작할 즈음 음악을 재생한다. 단, 레이어가 촘촘한 전자음악은 되도록 피한다. 상대가 탁구채를 잡기도 전에 맥주를 마시러 떠날지 모를 일이다. 에디트 피아프나 세르쥬 갱스부르의 샹송을 권한다.
  6. 경기 중에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승리나 패배, 즐거움, 비아냥거림을 암시하지 않는다. 상대는 감정 표현의 절제를 우아함의 척도로 여긴다.
  7.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상대는 미학적 가치를 중요시하므로, 자세는 하나하나가 르누아르의 그림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야 한다.
  8. 세트마다 점수를 비롯해 탁구공의 궤적을 기록해둔다. 그 숫자와 탁구공이 만드는 선의 조합에 아름다움을 느껴 수집을 일삼는 큐레이터가 의외로 적지 않다. 이는 나중에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될지 모른다.
  9. 휴식 시간에 토론을 청하는 경우를 대비해 미리 질 들뢰즈의 인식론이나 알랭 바디우의 마오주의를 공부해둔다. 상대에게 비웃음거리가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10. 경기가 끝나면 프렌치키스로 헤어진다. 영영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시작보다 끝이 중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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